모두의 교과서에서 우리 학교의 선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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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준비하는 학교의 책상 위에 올해부터 낯선 결정 하나가 놓였습니다. 지난해까지 '모든 학교가 쓰는 교과서'였던 AI 디지털교과서를, 이제는 각 학교가 쓸지 말지 스스로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발점은 법이었습니다. 2025년 8월 4일 국회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으로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는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바뀌었습니다. 교과서는 채택이 전제되지만, 교육자료는 선택의 대상입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시도교육청과 학교가 채택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됐고, 교육부의 2026년 업무계획 문서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 대신 'AI 교육자료'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운영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의무 채택은 사라졌고, 교육부는 선정기준을 안내하고 활용을 돕는 쪽으로 물러섰습니다. 2025년 3월 전국 도입으로 출발한 정책이 1년여 만에 학교 자율 선택 체제로 자리를 옮긴 셈입니다. 교사에게는 여러 자료 가운데 우리 반에 맞는 것을 골라 쓸 자유가 생겼지만, 그 자유는 검증의 부담과 함께 옵니다. 고르는 학교와 고르지 않는 학교, 잘 고르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사이의 편차가 새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선택을 더 무겁게 만드는 배경도 있습니다. 교육부가 2027~2030년 교원수급 방향에서 초등학교 신규채용 규모를 2,700~2,900명 수준으로 제시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한 축소 기조입니다. 학생이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처럼 다양한 수업을 열어야 하는 제도 아래에서 교사 한 사람의 지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어떤 도구를 교실에 들일지의 판단은 그만큼 실질적인 문제가 됩니다.
결국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언제 도입하라는가'가 아니라 '이 자료가 우리 학교의 수업과 교사의 부담, 학생의 학습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입니다. 채택의 근거가 위에서 내려오는 지침에서 교실 안의 효과 검증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만드는 쪽도 같은 시험대에 섭니다. 일괄 공급의 시대가 끝난 자리에서, 교육자료는 학교 하나하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와 학원 현장에서 마주하는 도입의 풍경도 다르지 않습니다. 도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수업을 책임지는 선생님이고, 그 선생님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수업 준비가 가벼워지는지, 학생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지입니다. 자율 선택의 시대는 도구를 만드는 쪽에 더 좋은 답안을 요구합니다. 선택권이 학교로 넘어온 만큼, 좋은 도구의 기준도 교실에서 정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