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쓰기 시작한 아이들, 학교가 따라갈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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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부터 17살 사이 아이들 열 명 가운데 여덟아홉은 이미 AI를 씁니다. 미국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가 지난 6월 발표한 첫 연례 실태조사의 결과입니다. 조사 대상의 86%가 AI를 사용하고 있었고, 네 명 중 한 명가량은 매일 씁니다. 숙제 도움만이 아닙니다. 절반 이상이 건강에 관한 조언을, 3분의 1 이상이 감정과 개인 문제 상담을 AI에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어른들의 공백입니다. 네 명 중 한 명 이상은 보호자에게서 AI를 안전하게 쓰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매일 또는 매주 쓰는 아이들은 외로움을 더 자주 느꼈고, 다섯 명 중 한 명은 AI 없이 한 달을 지내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사용이 교육보다 한참 앞서 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그 간극을 메우려는 국제적 합의가 같은 달 나왔습니다. OECD와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약 1,000명의 교사·연구자 의견을 모아 초·중등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 'Empowering Learners for the Age of AI'를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AI와 상호작용하기, AI로 창작하기, AI를 관리하기, AI를 설계하기 — 이렇게 네 영역 아래 22개 세부 역량을 정의했습니다.
핵심은 이것이 '사용법 안내'가 아니라 '학생이 갖춰야 할 역량의 표준'이라는 점입니다. 이 틀은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인 PISA의 2029년 미디어·AI 리터러시 평가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국제 평가에 AI 리터러시가 들어온다는 것은, 각국의 교육과정 개정과 평가 설계가 이 기준을 참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도구를 잘 다루는 아이가 아니라, 도구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필요하면 만들 줄 아는 아이를 기르라는 주문입니다.
학교와 학원 현장에서 마주하는 풍경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허락하기 전에 이미 쓰고 있고, 교사와 학원 운영자의 질문은 '써도 되는가'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는가'로 옮겨 갔습니다. 네 영역 가운데 지금 수업이 어디를 다루고 있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 그 출발점일 것입니다. 표준이 생겼다는 것은, 이제 점검할 기준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