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교실의 AI 규칙, 발표가 아니라 합의로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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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앞둔 미국 학교의 교육위원회 회의실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예산이나 급식 대신 AI 사용 규칙이 안건에 오르고, 발언대에는 학부모가 섭니다. 애틀랜타 인근의 한 학군에서는 학생이 과제에 AI를 쓰려면 교사 승인을 받도록 하고, 성적·진급·징계 같은 결정에는 AI를 쓰지 못하게 못박는 정책 초안이 공개 토론에 부쳐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 최대 학군인 뉴욕시교육청의 사례는 이 합의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뉴욕시는 지난 3월 위험도를 세 단계로 나누고, 징계·진급·개별화교육계획(IEP·특수교육 지원 계획) 같은 고위험 영역에는 AI가 자동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예비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공개 의견이 6,500건 쏟아졌고, 교육청은 6월로 예정했던 최종안 발표를 여름으로 미뤘습니다. 절차가 늘어진 것이 아니라, 절차가 곧 정책이 된 것입니다.
학부모가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Common Sense Media의 첫 연례 조사에 따르면 미국 9~17세의 86%가 이미 AI를 쓰고 있고, 네 명 중 한 명은 매일 씁니다. 절반 이상이 건강 조언을, 3분의 1 이상이 감정이나 개인 문제 상담을 AI에 구했습니다. 그런데 네 명 중 한 명 이상은 보호자에게서 AI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저만치 가 있는데 어른들의 안내는 비어 있는 셈입니다.
이 간극이 불안을 만듭니다. 학교가 단계적 허용을 말할 때 학부모가 전면 유예로 답하는 것은 기술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는 정보 비대칭에 대한 반응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정책의 성패는 금지 목록의 길이가 아니라 결정 과정의 투명성에서 갈립니다. 인간의 판단이 반드시 남아야 할 영역부터 못박은 뉴욕의 위험도 분류는, 내용 못지않게 무엇부터 합의할지의 순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한국의 학교와 학원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떤 도구를 쓸지보다 그 결정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지가 먼저입니다. 통보 뒤에 오는 것은 민원이고, 설명과 동의 뒤에 오는 것은 협력이기 때문입니다.
학습 도구가 교실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가장 오래 걸리는 단계는 설치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아이가 무엇을 하게 되는지, 데이터는 어디까지 쓰이는지, 교사와 학부모는 어떤 권한을 갖는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수업이 시작됩니다. 회의실에 들어온 학부모는 장애물이 아니라, 그 규칙을 오래 가게 만드는 첫 번째 동료입니다.